'우리 서비스는 20대부터 50대까지 모두가 쓸 수 있어요.' 스타트업 피칭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죠. 그러나 이 말처럼 투자자의 관심을 잃게 만드는 것도 없습니다. 투자자는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혹은 서비스)은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1년 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은 건강한 식단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이들은 '바쁜 현대인을 위한 건강식'이라는 포괄적 메시지로 수백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습니다. 전환율은 1%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실제 구매자 50명을 인터뷰해 보니 전체 고객의 80%가 30대 워킹맘이었습니다. 그 고객들의 핵심 니즈는 건강이 아니라 아이 식단에 대한 고민 해결이었습니다.
이들은 '퇴근 후 30분 만에 완성하는 우리 아이 영양 밥상'으로 메시지를 변경했습니다. 3개월 만에 전환율이 5배 향상됐습니다. 고객을 생생하게 이해한 결과입니다. 이것이 바로 페르소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페르소나란 무엇인가?
페르소나는 나이, 성별, 직업 정도를 명시한 고객 세그먼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페르소나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정성적 인터뷰를 통해 도출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페르소나는 실존 인물처럼 구체적인 특징을 가진 가상의 이상적 고객을 나타냅니다. 이들은 이름, 직업, 생활 패턴, 가치관, 스트레스 요인, 정보 소비 채널 등 살아 있는 맥락을 갖고 있습니다.
'30대 여성'은 타깃군이지만 '김서연(34세), IT기업 과장, 5살 딸을 키우며 주중엔 매일 저녁 7시 퇴근, 주말엔 아이 식단 고민으로 스트레스, 인스타그램에서 육아 정보를 검색함'은 페르소나입니다.
이처럼 페르소나는 구체적인 서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케팅뿐 아니라 제품 개발, 디자인, 고객 응대 전략 등 전 부서의 의사결정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이 페르소나를 기준으로 디자이너는 어떤 UI가 필요한지, 개발자는 어떤 기능을 먼저 만들어야 할지, CS팀은 어떤 언어로 대응해야 할지를 맞출 수 있습니다. 조직 전체가 고객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공유하게 됩니다. 이는 곧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과 충성도로 이어집니다.
페르소나가 더 중요진 이유
과거에는 연령대와 성별 정도로도 고객을 구분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정보 과잉 시대입니다. 소비자들은 하루 평균 5,000개 이상의 광고 메시지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나와 무관한 정보를 걸러내는데 1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개인화된 메시지가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시대입니다.
둘째, 디지털 채널의 다변화입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블로그, 오픈채팅, 카카오채널 등 각기 다른 플랫폼마다 선호하는 콘텐츠 포맷과 톤이 다릅니다. 페르소나별 채널 선호도,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마케팅이 불가능합니다.
셋째, 고객 획득 비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앱 설치 당 비용은 2020년 대비 5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젠 무작위 광고 타기팅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보다 정밀하고 날카로운 페르소나 기반 전략이 목표한 ROI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페르소나가 브랜딩 ROI에 미치는 영향
한 패션 이커머스 기업의 실제 사례입니다. 기존에는 '20대 여성'이라는 넓은 범주에 광고 메시지를 발송했습니다. 그러나 이 범주는 너무 포괄적이어서 고객 반응은 미미했습니다.
이후 고객 인터뷰와 행동 분석을 통해 페르소나를 세분화했습니다. '트렌디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얼리어답터 지민(24세)', '가성비 중심의 직장인 수현(28세)', '프리미엄 품질을 중시하는 예린(32세)'으로 나눈 겁니다. 각 페르소나에게 맞는 메시지, 콘텐츠, 할인 전략을 적용했습니다.
결과는 광고 클릭률 3.2배 상승, 고객생애가치 2.1배 상승, 이탈률 40% 감소였습니다. 단순 메시지 수정이 아니라 '누구에게 말하느냐'를 명확히 한 것입니다.
페르소나는 마케팅 예산의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어떤 채널에 얼마를 투자할지, 어떤 콘텐츠를 제작할지, 어떤 인플루언서와 협업할지를 결정할 때 페르소나는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실패 사례로 배우는 교훈
2019년 한 밀키트 스타트업이 '요리 초보자를 위한 간편식'을 슬로건으로 론칭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고객 대부분은 요리 경험은 풍부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이들은 레시피보다 신선한 재료와 다양한 메뉴 구성을 원했습니다. 요리 난이도에 집중했던 자사의 서비스는 고객 니즈를 놓치고 있던 겁니다. 잘못된 페르소나 설정은 마케팅 실패로 이어졌고 사업은 1년 만에 종료되었습니다.
가상 페르소나와 실제 고객 간의 간극은 브랜드를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페르소나 설정이 마케팅을 넘어 사업 전략의 핵심인 이유입니다.
페르소나 설계,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다음 편부터는 보다 실전적인 접근을 시작하겠습니다. 시장(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와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방법 그리고 타깃 고객을 발굴하는 프로세스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제 페르소나 설정은 연령·직업뿐만 아니라 고객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삶의 맥락까지 읽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경쟁에서 앞설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는 고객을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지금 나 제품이나 서비스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요? 그 '누구'를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면 이미 성공을 향한 여정의 절반은 나아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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