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실패라는 단어는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성과를 만들어야 하며 팀에게 확신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자리에서 실패는 그 모든 기반을 흔드는 것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역사적으로 강한 조직을 만든 리더들 대부분은 실패를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결국 차이는 실패 자체에 있지 않다.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있다. 위기관리 리더십의 핵심은 실패를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실패 이후의 태도에 있다.
위기 관리 리더십 시리즈 글 더 보기
#1. 위기에 드러나는 진짜 리더십
#2. 위기 징조 읽는 법
#3. 위기 속 리더의 언어
#4. 실패를 기회로 바꾸는 리더십
젠슨 황이 말한 고통의 가치
2024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열린 한 경제 서밋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매우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그는 학생들에게 '나는 여러분에게 충분한 고통과 시련이 찾아오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그리고 그는 성공의 핵심으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조했다. '높은 기대를 가진 사람일수록 실패 경험이 적으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버틴 사람들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창업 초기 엔비디아는 세가(SEGA)에 공급하기로 한 칩 개발 프로젝트에서 큰 실패를 겪었다. 회사가 폐업 직전까지 몰릴 정도였다. 이때 젠슨 황은 세가 CEO를 직접 찾아가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다행히 세가는 이를 받아들였고 엔비디아는 약 6개월의 시간을 확보했다. 이 시간 동안 회사는 전략을 수정했고 결국 GPU 시장의 선구자로 자리 잡게 됐다.
이 사건은 '실패 자체가 회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실패 이후의 대응이 회사를 살리기도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패를 기회로 바꾸는 세 가지 사고 전환
질문을 바꾸는 순간 사고가 바뀐다
실패를 경험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같은 질문을 한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지만 생산적이지 않다. 과거를 향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대신 질문을 '이 실패가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로 바꿔야 한다. 이 질문은 미래를 향하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조직은 실패를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실패를 통해 새로운 역량을 만드는 과정으로 본다.
이 관점의 차이가 조직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만든다.
완벽한 리더보다 책임지는 리더가 신뢰를 만든다
많은 리더가 실패 앞에서 방어적으로 행동한다. 상황이 어려웠다고 설명하거나 책임을 분산시키거나 외부 요인을 강조한다. 하지만 팀원들이 원하는 리더는 완벽한 리더가 아니다. 팀원들이 원하는 리더는 책임지는 리더다.
책임 있는 사과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무엇이 잘못됐는지 명확히 인정하는 것
둘째, 왜 그런 결과가 발생했는지 솔직하게 설명하는 것
셋째, 앞으로 무엇을 바꿀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
이 세 가지가 함께 있을 때 사과가 신뢰를 회복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사과는 변명처럼 들린다.
실패를 숨기는 조직은 성장하지 않는다
리더 개인의 태도만큼 중요한 것은 조직 문화다. 조직이 실패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혁신의 속도가 달라진다. P&G는 실패 사례를 조직 학습의 중요한 자산으로 다루는 문화를 만들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실패 사례를 공유하며 그 교훈을 조직 전체와 나눴다.
이 문화는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줬다. 실패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재료라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구성원들이 더 과감하게 시도하고 더 빠르게 배운다.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회복탄력성을 타고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 회복탄력성은 훈련을 통해 강화될 수 있는 능력이다.
핵심은 기대치 관리다.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기대를 현실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높은 기대만 있고 회복탄력성이 없는 경우 첫 번째 실패에서 조직이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회복탄력성이 있는 조직은 실패를 통해 더 강해진다.
회복탄력성은 실패를 견디는 능력이 아니라 실패에서 배우는 능력이다.
실전 활용 팁: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다섯 가지 루틴
첫 번째 루틴은 48시간 규칙이다.
실패 직후에는 감정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때 내린 판단은 종종 과도한 대응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긴급 대응이 필요한 부분만 처리하고 중요한 결정은 최소 48시간 이후에 내리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루틴은 사후 검토 회의다.
프로젝트 실패 이후 반드시 다음 질문을 검토한다. '무엇이 잘못됐는가?' '왜 그런 결과가 발생했는가?' '다음에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과 의사결정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다.
세 번째 루틴은 책임과 자기 비난을 구분하는 것이다.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성장의 시작이다. 그러나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에너지를 소모할 뿐이다. 따라서 '내가 왜 이렇게 했을까?' 대신 '이 상황에서 다르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해야 한다. 이 질문은 학습을 만든다.
네 번째 루틴은 작은 실패를 허용하는 것이다.
큰 실패만 경험하는 조직은 회복탄력성이 약하다. 작은 실험과 작은 실패가 반복되는 조직은 더 빠르게 성장한다.
다섯 번째 루틴은 실패를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경험 자체는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의미는 해석에서 만들어진다. 리더가 실패 경험을 성장의 이야기로 재구성할 수 있을 때 그것은 조직의 자산이 된다.
실패를 경험한 리더만이 흔들리지 않는다
리더십의 진짜 내구성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실패 이후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에서 나온다. 실패를 경험한 리더는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를 숨기지 않는 조직은 더 빠르게 성장한다.
위기관리 리더십의 핵심은 실패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더 강해지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개인이 아닌 조직 전체가 위기 이후 어떻게 재정비되어야 하는지, 구조적 회복과 문화 재건의 실전 전략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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